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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나침반
I. 고등학교시절 나에게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어느 오후 한강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겨 있었던 그의 어머니의 뒷모습이 함께 떠 오른다. 그 모습은 슬픔과 절망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기에는 내 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II.학력고사를 치루던 시절, 나의 고등학교생활은 저녁먹고도 다시 학교의 도서관에 출석을 하여 저녁 늦게까지 공부를 하며 남아있어야 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봄이 지나 추위가 꺾인 계절로 기억이 된다.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삼삼오오 친구들이 도서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이미 밖은 깜깜한 늦은 밤이었다. 도서관을 나오면 넓은 운동장이 있고, 거기를 가로질러야 교문을 나갈 수 있었다. 그날은 그 친구와 계단을 함께 내려왔다. 도..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은 모든 문제들에 '해답'이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하면서 산다. 우리가 공부한 모든 참고서의 뒤에는 언제나 '해답'이 있었고, 이미 해답이 있는 지식만 학교에서 배웠다는 전제를 잊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세상을 살면서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여러 가지 질문들이나 필연적으로 닥치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 해답을 알고 나면 삶의 최적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던 나에게 필연적으로 다가왔던 질문이 있었다. "하나님(신)은 정말 존재하는가?" 였다. 믿음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이성과 감각으로 신을 인식하고 싶어서였다. 이런 질문에 '해답'을 찾는 여정은 여러 가지 이유로 ..
(2025년 5월 송도에서) 예전에 아버지가 보내주신 이메일들을 오랜만에 들춰봤다. 내가 해 나가던 일들을 많이 응원해주시고, 염려해주시고, 그리고 함께 기뻐해주셨다. 최근 몇년동안은 컴퓨터를 사용하시는 방법도 잊으셔서 작년에 방문했을때는 열심히 사용하시던 아버지의 컴퓨터가 아버지의 방 구석에 켜지지도 않은채 고장나 있었는데도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었다. 많은 시간들이 지나고, 드디어 아버지의 차례가 왔을 때, 병원에서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시고 누워만 계시던 아버지는 당신이 잠시 정신이 드셨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했다. 94년이라는 시간을 이 세상 속에서 견뎌내신 힘이 나에게 전해져 일부가 되었다. 나도 이 삶속에 살아가야 할 힘들을 모아 언젠가 나의 차례가 되었을때 나의 자식들에게 전해주어..
진웅이 진한이가 지내는 곳을 아내와 다녀왔다. 내가 사는 곳은 겨울이 없는 곳이라 제일 두꺼운 옷을 가져갔어도 밖을 나갈때는 아이들 옷을 빌려 입고 다녀야 했다. 어릴때 추운 겨울날 땅에 얼어있는 얼음을 보는 것이 신기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는 것같은 공간에 마치 시간도 얼어붙어 내가 잠시 숨어 있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을 가졌었다. 이런 느낌을 오랫동안 잊고 살고 있었다. 눈이 쌓인 땅들과 얼어있는 땅들을 보며 잠시 감격스러웠다 "언젠간 나도 고향으로 가야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아무리 긴 시간을 살아와서 모든 것이 익숙해진 내가 있는 곳은 내 고향으로는 남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수업시작 하기 전에 '제시카'가 손에 맛차를 들고 들어오더니, 내쪽으로 와서는 마시라고 주었다. 많은 학생들이 커피나 음료를 들고 수업에 들어오는 것을 보아왔지만, 수업시간에 학생에게 이렇게 받아본 음료수는 15년만에 처음이었다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아주 아주 가끔은 학생들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을 때가 있다). 너무나 고마워서 "You made my day!" 라고 말해 주었다. 달콤한 맛차에 묻어난 학생의 따뜻한 마음을 선물로 받게 되어서, 오늘은 기억에 남고 기쁜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