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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가을의 강 2021. 12. 30. 09:38

가족들과 오랜만에 집에서 차로 8시간이나 멀리 떨어진 곳을 다녀왔다. 우리가 간 곳은 땅속으로 깊이 파진 협곡 (canyon) 이었고, 그 협곡은 땅 밑으로 약 0.5 Km 나 이어져 있었다. 아주 오래전 오랫동안 물과 깨진돌들이 흘러다니며 만들어 놓은 이곳은, 마치 양벽을 누군가가 붓으로 그어 놓은 것 같았다. 머리위로 빛이 비추면 각이 진 곳마다 빛의 반사의 양이 제각기 달라 협곡의 색깔이 환상적이고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협곡이 이렇게 파이고 모양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오랜시간이 걸렸을까? 자연이 수백만년에 걸쳐 만들어놓은 결과물들을 내가 감상하는 지금 이 순간은, 너무나도 찰나의 순간이다. 아마 2,000년전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이곳을 다녀갔더라도 내가 본 지금의 협곡의 모양이었으리라. 몇천년도 협곡이 만들어진 그 장구한 오랜시간에 비하면,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나의 삶은 너무 한순간이라는 생각에 현기증이 나는 것 같다. 

 

자연을 보면서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르는 경외감은, 자연이 지내온 그 영구한 시간과 그 방대한 스케일에 비해, 나의 존재가 한낫 먼지와 같다는 것을 느끼는 감정과도 연결이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한가지 비밀을 알려준다.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의 주인은 결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찰나의 순간을 살다가버리는 인간이 세상의 주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영구한 세월을 견디고 존재해온 자연이야 말로, 존재하는 세상의 주인일 자격이 더 주어지는게 맞는 것 같다.

 

사람이란 존재는 잠시 지나쳐가는 바람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생은 너무나 복잡하여, 자신과 남들을 다치게 하고,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뭔가를 내 속에 채우고 싶어한다. 자신이 너무나도 가벼운, 찰나의 존재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느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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