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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나침반

일요일마다 교회를 가면 보는 아이들과, 전도사님과, 아이들의 엄마들과, 아내와 함께 간만에 사진을 찍게 되었다. 내가 변하는 것보다 더 아이들의 모습은 몇달 몇년사이에 부쩍 달라진다. 곧 교회를 이직하시는 전도사님을 따라, 이제 아내와 교회선생님일을 그만 둬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자기들의 세계에 몰입하여 순간 순간을 살고 있는 아이들의 삶의 열정을 옆에서 계속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는 인간의 종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게 해 주는 큰 특징이다. 언어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로만 흔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언어없이는 생각을 할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인식이나 사고는 언어가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주기때문에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 특정한 방식으로 하는 인식/사고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초가 있어야 하며, 그 기초는 인식의 경계에서 벗어나 있는 무의식적이고 선험적인 무엇일 것이라고 말한다. 언어가 그런 기초의 한 부분이란 견해는 철학사로도 이어져 온다 [1]. 철학을 하는 사고는 언어로 이루어질 것이며, 그래서 언어의 구조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선험적인 인식의 기초를 들여다 볼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극단으로 가면..

2025년 1월초에 진웅이 진한이가 다 함께 모일 시간이 생겨서 가족여행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젠 아이들이 어디로 돌아다닐지, 어디서 먹을지를 미리 알려주고 안내해준다. 마침 이 사진을 찍은 날에 입었던 티셔츠는 원래 아버지의 옷이었는데, 수년 전 어머니가 오래 사시던 여의도에서 이사하시면서 버리신다고 한걸, 아내가 가지고 왔다. 평소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여행지를 돌아다닐 때는 제법 어울리는 것 같다. 오래전 아버지도 그런 생각으로 이 옷을 입으신걸까.시간은 후다닥 후다닥 바람처럼 지나가 버리고, 기억은 책장에 쌓아놓는 종이처럼 어지럽게 쌓아져간다. 거울을 봐도 내가 기억했던 나의 모습은 점점 없어지는 나이가 되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잘 살아내야 하는 삶의 의무감을, 오랜시간을 함께 해 왔던..
밑에 간단한 덧셈 뺄셈의 급수 문제가 있다. 1 - 1 + 1 - 1 + 1 - 1 + ... = ? 이렇게 계속 1을 빼고 더하고 하면 (Grandi 급수) 결국의 값은 무엇이 될까? 위의 식을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1 - 1) + (1 - 1) + (1 - 1) + ... = 0 + 0 + 0 + ...값은 0 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위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1 + (- 1 + 1) + (- 1 + 1) + (- 1 +1) ... = 1 + 0 + 0 + 0 + ...남는 값은 1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 값을 결정하지 말고 문제의 값을 T 라고 가정해 보자.T = 1 - 1 + 1 - 1 + 1 - 1 + ... 그리고 나서 양변에 -1 을 곱한다. 그러면 -T = - 1 + 1..

오래 전에 유학생활을 함께 하며 친하게 지냈던 장원이가 장기출장으로 내가 사는 근처로 오게 되었다. 주말 시간을 이용해서 함께 게티뮤지엄과 게티빌라를 함께 돌아다녔는데, 세계사에 해박한 사람과 함께 다니니 고대 유적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로마 황제시대에 발행된 동전들과 로마황제들과 그들 자식들의 두상들이 전시되어 있는 장소에서, 나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장원이는 다른 곳에서는 못 봤던 것을 봤다면서 너무 좋아해 했다. 나에게 현재 중요하고 간절한 모든 것도 시간의 역사 속에서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 역사의 흔적을 보고 있는 순간에 함께 찾아온다. 잠시 허망한 생각도 들지만, 겸손한 마음과 함께 현재를 귀하게 여기게 된다.